클루지를 읽게 된 건, 자청의 역행자를 읽으면서 클루지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다 보니, 역행자 다음 책으로 클루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나의 레벨에서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를 읽는데 집중이 안 됩니다. 아마도 작가의 관점과 나의 관점이 다른 부분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인듯싶습니다.
<클루지 1: 맥락과 기억>
- 모든 클루지의 어머니여, 인지적 악몽의 원흉이여!
역시 사람은 나랑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하면 공감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왜 컴퓨터보다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은지, 그럴 수밖에 없는 뇌구조를 갖고 태어난 인간에 대한 얘기들,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를 기억 못 하고 어제 아침 먹은 음식과 헷갈려하는 이유, 내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자신의 기억력을 믿는 사람들... 우리의 기억은 전부가 왜곡된 것은 아니지만 클루지로 인하여 그 일부는 왜곡된 것입니다.
<클루지 2: 오염된 신념>
- 속아 넘어가도록 타고난 사람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속아 넘어가도록 타고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동기에 의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라고 한다. " -본문 중.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믿고 싶은 것에 더 확신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본 것, 나아가 내가 보지 못했지만 믿을만한 사람한테서 들은 것, 네이버 기사에서 본 것을 진실로 믿고 마치 내가 검증한 것인 듯 확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 자유, 블로그 시대에 사는 우리한테는 그 모든 것이 클루지의 연속인 것입니다.
섹션 2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요?
요즘은 내가 본 것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대에서 분별력을 키우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도 순간 뭔가에 홀리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신중한 추론의 기제를 얼마만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적인 자아의 몫이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편향될 수밖에 없다." -본문 중.
우리는 의식적으로 이러한 클루지 들을 헤쳐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편향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러한 편향의 확률을 줄이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니 이제 이 책의 뒷부분이 사뭇 기대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클루지에 대한 해결책도 알려줄까요?라는 기대를 갖고 읽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클루지에 대하여 자각을 하게 되었으니 어떻게 클루지를 줄이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나한테 남겨질 것 같습니다.
<클루지 3: 선택과 결정>
- 진화의 덫에 걸린 호모 이코노미쿠스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은 매 순간마다 발생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순간에도 클루지들이 남발합니다. 요즘 나의 오작동 클루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동네 야채가게의 공구하는 밴드에 가입을 하였습니다. 처음엔 알림 설정을 하지 않아 가끔씩 들여다 보고 필요한 야채를 주문하였는데 알림이 없다 보니 싸게 올라온 야채는 금방 공구가 끝나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알림 설정을 하고 나니 시도 때도 없이 알림이 울립니다. 그때그때 뭐가 새로 올라왔나 보다 보니 일하다 흐름도 끊기고 책 보다가도 흐름이 끊기는데 더 중요한 건 필요하지 않은 야채도 보다 보니 계속 사게 되고...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나는 야채가게의 VIP 고객이 되어 있었습니다. 매일 야채가게에 방문을 한 것이 일조를 했습니다. 클루지는 나한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이런 야채 공구 중독을 끊어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땡큐, 클루지~ 클루지를 보다가 밴드 알림이 계속 울리는 순간 '아! 이것 또한 클루지다. 이걸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공구 밴드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더불어 돈도 세이브하게 된 것이니 아주 만족합니다. 나 자신을 칭찬합니다!
<클루지 4: 언어의 비밀>
-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다
읽기 시작부터 또 난항을 겪게 됩니다. 언어는 나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여러 가지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는 노하우가 있으나, 언어를 깊이 다루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 지금까지도 약점인 부분입니다.
엄마가 되고 난 이후로 내가 단어를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단어를 잃어 가고 있다고 변명을 해왔었습니다. 하지만 클루지를 보면서 이 또한 언어에도 클루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구나~라는 새로운 변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땡큐, 클루지~ 새로운 고급진 변명을 줘서 고맙습니다.
저자는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각 나라 언어들에 대하여 예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한테는 와닿지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언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섹션에서는 나는 저자와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얘기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했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는 언어는 완벽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건 내가 표현을 적절하게 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클루지를 읽고 있는 요즘, 나는 클루지에 대하여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또한 새로운 클루지 들을 만들어 내고 살아가합니다. 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만 공유하고 이번 섹션의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점심에 친한 언니와 밥 먹으러 갔다가 메뉴를 먼저 적어 달라는 점원의 말에 나는 머릿속으로 황태 미역국 2개를 생각하면서 황태 해장국 2개를 기재하였습니다. 하필 친한 언니의 생일날 미역국을 사주려고 데려간 맛집이었습니다. 조금 후, 황태 해장국이 메뉴로 나오고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저는 미역국을 시켰는데요. 메뉴가 잘못 나왔네요." 그러자 점원이 재차 확인하더니, "황태 해장국 2개를 시키셨어요." 맙소사!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 클루지? 클루지! 시켰으니 먹자!'
내일은 메뉴를 재확인 하고 시킬 예정입니다. 땡큐, 클루지~ 나의 실수를 일깨워줘서 고맙습니다.
<클루지 5: 위험한 행복>
- 무엇이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작가가 찾아본 행복의 정의에 의하면 행복은 '쾌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쾌락은 '행복한 만족과 기쁨'의 느낌으로 정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느낌'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느낌은 '지각된 정서'라고 정의되어 있는 반면, 정서는 '강한 느낌'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행복이랑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내 기준에서의 행복은 '삶의 존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찾는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행복은 따뜻한 총이다.
-비틀스 The Beatles
행복을 왜 총에 비유를 했을까요? 따뜻한 총도 무기인데 말입니다. 총이 따뜻해진다고 본질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따뜻한 총이라도 남발하면 비극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대로 행복을 쾌락이라고 정의한다면 쾌락은 따뜻한 총이라는 말은 성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곤 하기 때문입니다.
<클루지 6: 심리적 붕괴>
-마음이 언제나 정상 작동하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섹션에서 저자는 마음의 부분을 다룹니다. 살다 보면 나도 나 자신을 모를 때가 있고 여리기도 하고 잘 보살피지 않으면 탈 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왜 우리의 마음은 쉽게 무너질까요?
나는 마음에도 근육을 붙여줘야 한다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너무 적절하고 아름다운 표현인 것 같습니다. 여린 마음이라면 적당히 운동을 해서 근육을 붙여주면 튼튼해져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울증이 날로 고고행진 상승 지표를 쓰고 있는 것은 분명 나 자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싸늘해져서 너그럽게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참 씁쓸하고 슬픈 일입니다. 기후는 온난화되어 매년 폭염이 늘어나고 있지만 반면 사회는 기본 온도조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만약 마음이 클루지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일단 내 마음속의 클루지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부터 우선일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서 자주 발생하는 클루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 그럼 왜 반복적으로 동일한 클루지가 발생되는 것일 가요? 그것을 분석해 보다 보면 해결책이 보일 것입니다.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클루지를 읽고 내가 깨달은 점들을 좀 끄적여 보고자 합니다.
내가 클루지를 접하게 된 건, 자청의 역행자를 읽으면서 책 속에 클루지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였습니다. 클루지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을 하다 보니, 클루지를 찾아보게 되고 클루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역행자를 보면서 나는 클루지가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클루지를 섹션 5까지 볼 때만도 나는 클루지라는 단어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내가 이해한 바로 저자도 클루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은 듯합니다(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으로). 나는 이 책을 펼칠 때부터 '클루지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엊저녁 잠이 안 와서 누워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에 클루지에 대한 생각이 띵! 하고 떠올랐습니다. 아하! 어쩌면 클루지는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클루지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신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신은 완벽한 존재인데 왜 사람을 완벽하지 않은 클루지 투성이인 인간을 만들었을까요? 신과 같은 완벽한 인간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완벽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인간이라 신의 창조에 대하여 인간의 뇌로는 다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을 만든 신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나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니 그럴 법 한 해답을 찾은것 같습니다.
내가 만약 완벽한 인간이었다면 아마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낄 테니까요.
내가 만약 완벽한 인간이었다면 아마 안하무인이었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내가 젤 잘 나갈 테니까요. 콧대가 하늘을 찔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평범하고 클루지 투성이인 인간입니다. 이 얼마나 다행인 일입니까! 그래서 나는 완벽하지 않은 또한 평범하고 클루지 투성이인 인간을 찾아 결혼을 하고 오늘도 점심을 배불리 먹고도 후식으로 치즈케익을 먹을 것인가? 초코 케익을 먹을 것인가? 의 딜레마 속에 빠져서 고민을 합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쌍둥이도 비슷한 DNA를 갖고 있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개개인의 클루지가 모두 다르다는 말입니다. 서로 다른 클루지를 갖고 있는 인간이 만나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부부의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하든 안 하든,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있고 살아왔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클루지는 필요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모여서 서로를 보듬어주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클루지를 갖고 있기에 서로 보완이 됩니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긍정적인 클루지는 유지하고 일부 에러를 발생시키는 클루지 들을 극복하면서 살아가면 조금은 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클루지를 서로 보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따뜻한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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